'글로벌 금융위기' 한국은행은 어떻게 고비를 넘겼을까 [더 머니이스트-홍기훈의 슬기로운 금융생활]

입력 2022-04-04 06:42   수정 2022-04-15 00:31


우리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5.7%의 경제성장률을 경험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협력을 통한 금융·기업 부문 구조조정 단행, 자본시장 개방을 통한 외국 투자금 유치로 빠른 실물경기 회복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2003년 3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을 기점으로 신용카드사 유동성 위기가 온 것을 제외하면 2008년까지 우리 경제는 글로벌화에 발맞추어 상대적으로 높고 안정된 경제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당시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경제가 글로벌화됨에 따라 해외자본 유출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은 확대됐습니다. 증가한 해외자본의 유출입은 국내 자본시장과 해외자본시장의 동조화를 가져왔습니다.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커졌습니다. 2008년 9월 미국의 4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시작한 금융위기는 전 세계를 덮쳤고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하게 줄어들며 경기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국내금융시장도 리먼 사태의 영향으로 매우 불안정해졌고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드는 시그널이 포착됐습니다.

2003년 신용카드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을 당시, 한국은행은 유동성 위기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2조원의 단기유동성을 지원하고 국고채 매입과 통화안정 증권의 조기상환을 통해 추가로 2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 경험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행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기준금리를 5.25%에서 2.0%로 대폭 낮추고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안정 대책을 추진했습니다. 국내은행의 외화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외화 유동성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음을 고려한 조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나라가 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사전적 금융위기 차단 및 사후적 금융안정 조치가 중앙은행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되어야 함을 인지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한국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과 같이 거시건전성 정책체계를 구축하게 됩니다. 전체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사전에 포착, 축소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은행법이 개정됐습니다. 2011년 개정법률을 통해 한국은행 설립 목적에 '금융안정에 유의할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됐습니다. 이를 통해 비로소 '한국은행은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나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안정에도 유의해야 한다'라는 한국은행 설립목적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한국은행이 금융안정과 시스템 리스크 축소, 금융위기 사전적 차단에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게 된 셈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홍기훈 CFA한국협회 금융지성위원회 위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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